꽃은 지금이다

                                                                                        설 태 수 

빗줄기에 처진 라일락 꽃송이. 

떨어진 꽃들이 많아도

향기는 위축되지 않는다.

빗물에 쓸려가지 않는다.

향기에는 미래가 없어

꽃은 지금이다.

안과 밖이 따로 없는 향은

해 뒷모습이 안 보이는 것과 같다.

존재하는 것은 향으로 버틴다.

그리울 때 눈길 멀리 가는 것은

그대 체취를 찾고 있음이나

점점이 날리고 흩어지는 그 온기는

기류와 이미 하나.

광활한 음폭의 백색소음처럼

꽃 내와 체취도 광막한 공기를 타면

낌새 전혀 없는 무색무취.

그 덕에 그리움에 지치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일상이 영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