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table

                                                                                   설 태 수

역사는

탁자에서 발원했을지도.

밥 먹고 눈빛 맞추고

한 잔 하고

음모도 꾸미는 자리.

그 중심에는

탁자가 있을 것이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탁자에서 거래되었다.

커피 집 탁자에서

이 글이 나왔다.

* able : 할 수 있는.

우화, 꾸며낸 이야기, fable

어디까지 꾸며낼 수 있을까.

기이하게 그려진 도깨비나

엉뚱한 생각이라는 것도

그 씨앗들은 현실에서 나왔다.

꿈은 몸에서 생긴다.

지상에서 터지는 끔찍한 일들.

인간보다 무서운 괴물도 없지만

더없는 위안도 인간을 통해 나온다.

생각의 차원이 높아진다 해도

<존재>의 품속에 있음을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푸른 뇌실(腦室)이 아무리 희한한 거짓말을

마구 쏘아대도 그것이 그대로 들어맞을 만큼

<존재>의 수면(睡眠)은 가없이 비어있거늘.”

「화형둔주곡」중에서

* 성찬경(1930-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