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히 뻗은 가지 열매는 맺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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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설태수 작성일시 2014-10-23 09:01:35
제      목 단풍구경을 떠나는 것은~~~
단풍구경을 떠나는 것은


설 태 수




시월 하순. 단풍관광 철이다. 주말엔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보일만큼 정체되지만 사람들은 단풍구경을 떠난다. 나무 한 그루 한 가지에서도 똑같이 물든 잎은 없다. 색깔이 다르고 상처 난 모양도 각기 다르다. 그렇지만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아름답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단풍의 노란 빛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여름에도 나뭇잎에 들어있다. 가을이 깊어 가면 녹색을 내는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숨어있던 카로티노이드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탄생과 동시에 죽음의 씨앗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살아있는 것만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동전의 앞면이라고 한다면 그 뒷면은 죽음이 삶을 견인하고 있는 형국이 된다.
그러니까 잎들이 울긋불긋 물든다는 것은 봄부터 나비와 새소리 여름 땡볕과 폭우 가을의 서늘함을 겪는데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희로애락의 온갖 애환을 경험하게 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침묵의 깊이도 다를 것이고 숱한 슬픔의 농도 또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황홀한 빛깔의 단풍 앞에서 뭉클해지는 것은 그 광경에서 자신이 걸어온 여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내면의 뭇 상처와 애환을 빛깔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아마도 단풍빛깔을 충분히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견디고 살아온 우리가 철따라 겪은 잎들의 상처인 단풍빛깔에서 위로를 받고 있는 셈이 된다. 상처 입은 자가 상처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위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힘들었지? 나도 그랬어!’ 하고 단풍이 우리에게 속삭여주는지 모른다. 萬物同根. 삼라만상이 한 식구나 다름없는 것이다. 같은 햇볕 같은 바람 같은 별빛 같은 물을 취하면서 함께 존재하는 것만 봐도 한 식구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동네 야산으로 단풍구경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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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11 개의 댓글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No 작성자 내용 등록일 수정 삭제
  1 국대진 삶과 죽음을 관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통찰의 글을 보여주어 고맙습니다. 2014-10-23
  2 국대진 난 가끔 내가 죽어서 화장되고 뿌려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삶과 대자연에 대한 기쁨을 느낀다오~ 그 끝은 자연과의 완전한 동화임을 그저 상상하는게지요.. 2014-10-23
  3 설태수 \"자연과의 완전한 동화임을 ....\"
~~~~~~ㅎㅎ		 2014-10-23
  4 설태수 이 글은 <성균회보 11월호>에 게재될 글인디요...
동기 양반들헌테 먼저~		 2014-10-23
  5 김정호 국 대인!
삶과 죽음이 그렇게 큰 것인가요?

만일 생사보다 더 큰 것이 있다면,
우리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다른 것에 있다면,
지금이 아니면 먼 훗날 누군가가 그걸 찾는 다면,
그 땐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사실 이건 국대인에게 건네는 말이 아닙니다.
국대인의 말씀을 빌려,
나 스스로에게 전하는 말 입니다.
여러분에게 묻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 정말로 다른 것에 비해
커다란 가치가 있는 것이 있나ㅛ?

모년 모시 모처에서 국대인 말씀에서 hint를 얻다.		 2014-10-25
  6 김정호 \"상처\"
...
아픈가?
아름다운가?

난 이 같은 상처를
내가
기쁠 때,
슬플 때,
또 돌아가실 때,
재탕 해보고 싶다.

때마다 느낌이 각각 다를 것 같은 데,
그렇다면 이 것이 정말 상처일까?
다만 오고 가는 바람일까?

부처를 흉내내고 싶지 않다.
예수 역시 본 받고 싶지 않다.
공자도 아니고, 맹자도 아니다.

내가 느끼고 싶다.
내가 알고 싶다.
난 우리가 왜 딴 이들을 좇고 있는 지
긍금해진다.

선생에게서 배우고나면
내가 선생이다.
그리고 난 곧 선생 위에 서는 것 같은 데
우린 왜 그 선생들의 그늘 밑에서 맴돌까?

아마도
자신이 없어서 일 것이다.
용기가 없어서 일 것이다.

이젠 그늘에서 벗어나자.
겨드랑이가 근질 근질하다
아마도 \"이 상\"의 날개가 돋는 모양이네.

그대들
날개가 돋는 것이 느껴지는가?

어느 어여쁜 가을 밤에
어여쁜 맥주를 음미하면서
어여쁜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걍 어여삐 씨부리다.		 2014-10-25
  7 김정호 단풍 -> sweet wind -> 단방구
으 허허허		 2014-10-25
  8 설태수 \"어느 어여쁜 가을 밤에
어여쁜 맥주를 음미하면서
어여쁜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걍 어여삐 씨부리다.\"

...요런거이조은거라~~ㅋ

기쁨, 즐거움, 감동 또한 상처에 한 종류...
맴이 ㅎㅎㅎ흔들렸다는 점에서~~~~~~

성경이나 불경이나 논어나 노자나...
유령 글자에 지나지 않지...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육화되지 않는 한....말씸야~ㅋㅋ
땅속으로 뿌리 내리지 못한 나무는
말라죽듯이........^^*		 2014-10-25
  9 김정호 말이란 그 위에 올라타서 뛰거나 날아야지 말이 되지요.
말만 들으면 말이 아니야요.
그럼 말이 말 같지 않지요.
말 되나요?		 2014-10-28
  10 이용덕 다들 풀어내는 말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하네들 그려. ㅎㅎ 2014-11-01
  11 김정호 이 거사 안녕하신가????? 201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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