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콜로라도 귀신된다
적당히 얼굴도 목소리도 보여가며 살아야제
자연도 비자연이 있어야 되듯
순환도 깨끗한 이별이란다.
=========================================== 설태수님의 글 입니다.
수작 걸다
설 태 수
어제 이 자리에서 쓴 글은
가차 없이 나를 버렸다.
백지를 또 이렇게 마주한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같은 낱말이 등장한다 해도
낯선 리듬을 타고 있다.
산길을 걸었고
이내 표정에 숲 기운 감돌아
머리 위를 나는 새 한 마리.
내일을 잊었으니, 나는 장님*.
매순간 방출되는 발걸음.
외길일 수밖에 없다.
자유가 동경하는 길이다.
먼발치에 순환버스 정류장.
순환만큼 깨끗한 이별은 없어
흔쾌히 발걸음 옮긴다.
미소의 주인은 침묵*.
공허는 얼굴에 수작 걸고 있다.
* W. S. Merwin, “Air”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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