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 이슬

                                                                                           설 태 수



겨울 저녁 밥집 유리창에
물기 흘러내린다.
뿌연 김 사이사이로
밥 먹는 사람들을 기웃거리는 어둠.
창문에 바짝 붙어 들여다볼수록
수증기는 눈물이 되어버리는가.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들이
눈물겹다는 건가.

광막한 차가움이라 한들
차마 눈물을 뚫으랴.
세상살이에
눈물만한 완충지대는 없다.
어둠을 건너온 시든 풀잎과 고철.
그들에 맺힌 이슬도
밤새 어둠에 맞서있었다.
철갑 이슬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부식되고 소멸되는 아픔을
이슬만큼 누그러뜨리는 것은 없다.
생존의 시련을
눈물만큼 달래주는 것은 없다.
유리창을 흐르는 물줄기.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사람들 밥 다 먹도록
도통 멈추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