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려 가는 나

                                                                                   설 태 수






견고한 대지의 마찰력으로
나는 가고 있다.
물에 나는 젖기도 하고
밤에 나는 어둑어둑해진다.
바람에 조금씩 닳고 있는
물컹한 나.
아주 오래 착각했어.
내가 밥 먹고 돈 벌고 연애하는 줄 말이야.
아무리 봐도 ‘내가’ 아니지.
‘내가’ 한다는 것은 착시현상.
지상에 나는 걸려들었을 뿐.
바람을 타면
나는 경우가 생기지만
내가 날 수는 없는 법.
밥 냄새 꽃향기 물비린내.
각종 냄새에 끌려 다니는 나.
그 힘으로 나는 간다.
멈출 수 없는 관성에 실려
산 첩첩 물 겹겹
지평선 너머로 간다.
시간도 붙들지 못해
죽는 줄 모르고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