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爲의 기쁨


설 태 수






우리는 알게 모르게 有爲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는 거 같심더...
즉, 뭔가를 하면 그것에 상응하는 댓가를 기대하는 심리.
'내가 이걸하믄 뭐가 생길까?' ''이런 걸 해봐야 무신 소용 있을꼬?' 같은...
영어로는 'give and take' 같은.
그런데 그런 가치관과 세계관은 저급한 단계에 머물고 말지요.
자연현상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나무에서 잎이 나와 그늘 무성하여
새들 둥지도 생기고, 열매도 맺고, 그 열매로 다른 목숨이 생명을 이어가고...
철 지나면, 잎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모든 걸 털어버리는....
존재하는 모습이 그냥 베푸는 형상으로 전환되는...
거룩하기 그지없는 저들의 변신을 생각해보믄
인간세계 유위의 가치관은 부끄럽지 않을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性徹 선사는 자연계의 목숨 있는 것은 有情說法을 한다 하였고
무생물은 無情說法을 한다고 하셨나 봐요.
風雨霜雪에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바위를 봐도 알 수 있지요..........
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라든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하신 예수님 말씀도
새삼 깊이 있게 다가오네요.
아마,
댓가를 바라는 것에 인간이 길들여진 것은
그만큼 우리가 불완전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뜻도 될 겁니더.
그러나 그런 세계는 협량하지 않을 수 없는 법.
그런 점에서 詩는 우리에게 無爲의 세계를 살짝 갈차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듬니더.
한 편 쓰고 나면 뭔가 후련해지고, 머릿속에 정리되는 듯한 기분,
그 덕에 좀 더 깊은 세계로 조금씩 이끌리게 하는........
그래서인지 쓰면 쓸수록
詩에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답니다.
고마운 건, 시가 새롭게 새롭게 갈차주고 말동무해줘서 그렇고요,
미안한 건, 더 좋고 깊이 있는 글이 잘 안 되어서 그렇지요.
왜냐하믄 詩는 더 높고 더 깊은 데서 무한정 기다리고 있건만
안목과 능력이 거기에 잘 미치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詩 !!!
고맙고 또 고마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