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일상의 매순간이 이미 무한 세계에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에 드리운 낚싯줄 하나에 숱한 물결이 연달아 일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물고기 하나 잡히지 않아서 빈 배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그 배에는 空이 가득 실려 있다고 한다. 물고기 한 마리 쉽게 잡히지 않는 신산스러운 삶이라는 것도 사실은 빈틈없는 공의 세계로 충만해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존재 자체가 어떤 모습,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것에 상관없이 공의 무한성에 안겨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을 뜻한다. 왜냐하면 어떠한 모습이든 공의 무한 작용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밝은 깨달음의 세계가 환한 ‘달빛’(月明)에 비유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공에 대한 각성으로 밝음을 보고 있는 ‘각공견명’(覺空見明)의 경지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빈 배에 공이 가득 실려 있다는 표현은, 일상적인 일에 붙들린 나머지 현재가 곧 무한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협소한 인식체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적기어법(賊機語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상의 틀에 갇혀있기 쉬운 우리의 의식을 순식간에 광막한 무한 세계로 확장해버린 禪風이 이와 같은 선시에서 고요하면서도 도저하게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