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다

                                                                                        설 태 수







초록 필드의 작은 구멍에
흰 골프공이 빨리듯 들어가면
사람들은 환호한다.
축구공 농구공이 골인 될 때에도
팬들은 열광한다.
어렵사리 집어넣든
한 번에 통쾌하게 들어가든
골인하면 다들 좋아한다.
전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환하게 불이 켜지듯
사랑을 교류하는 남녀도
활기와 즐거움으로 충전된다.
‘필(feel)이 꽂혔다’는 말도 있다.
꽂고 꽂히는 것에 환호작약하는 것은
향기 드날리며
봄날 햇살 속으로 꽂히는 꽃도
다를 바 없으리.
지금 살아있는 살붙이들은
전생에서 이승으로 꽂힌 거고
죽음이란, 영혼이
그렇게 저승으로 꽂히는 걸까.
태어날 때 아기는 울음을 터뜨려도
주위 사람들은 기쁘고 즐거워하듯
저승으로 꽂힐 때에도 그곳 영가들은
새 식구 생겼다고 반가워할까.
며칠 전에 돌아가신 스승*의 말씀이
들리는 것 같다.
‘설시인, 죽음을 너무 겁낼 필요는 없어.
여기 오니 육신을 벗어났을 뿐
영육의 이치는 크게 다를 것도 없네 그려.
사는 동안 영혼으로 자주 꿈꾸던 것이
이제야 보이는 것 말고는 말이야.
그러니 좋은 생각으로
원없이 열심히 살아보게나....’
홀연 두 눈에 꽂히는 새싹.
라디오에선 베토벤의 <황제>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내 귓속으로
깊이깊이 울려 퍼진다.

*시인 성찬경(1930-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