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쏜살보다 더한

                                                                                   설 태 수





세월이 쏜살같다고?
쏜살보다 빨리 변화하는 것이 몸이다.
들숨날숨으로 우주와 통하는 몸.
밖에서 보면 빠른 비행기도
기내에선 속도를 잘 못 느끼듯
두 눈에는 몸 자체의 속도가 보이질 않는다.
피와 세포가 만들어질 뿐 아니라
머리가 희끗해지고 살갗이 쪼글쪼글해지는 것도
초음속보다 빠른 몸의 변화에서 나온다.
울고 있거나 웃고 있어도
자고 있거나 사랑 속에 있어도
몸은 멈추지 않는다.
이승의 출구인 저승 입구에 이르도록
심장 엔진은 논스톱이다.

가늠키 어려운 몸의 변화를 엊그제 실감했다.
어릴 적 헤어진 고향 친구를 만났는데
처음엔 서로 못 알아보았다.
변해가는 몸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그런 속도가 느껴질 때가 있다.
한 밤 중 자다가 일어나 비몽사몽 중이거나
그대 눈길에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을 때는
영원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매 순간의 뒷모습인 영원이
백지 같은 속도로 느껴진다.
쏜살보다 더한 몸.
태초부터 각 존재가 영원에 실려 있었다.
졸고 있어도 영원의 속도와 한 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