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맞아야

                                                                              설 태 수



“간이 맞는지 맛 좀 봐주세요.”

음식을 조리하던 아내의 말이다.

배추 깨소금 고춧가루 마늘 그리고 소금 간의 거리.

이들 간의 사이가 적절해야 제 맛이 나는 모양이다.

자로 재기 어려운 거리.

맛은 혀로 거리를 잰다.

멀리 있는 산과 이정표 건물은 눈대중으로

보이지 않는 새소리는 귀로 감을 잡는다.

하지만 그대와는 곁에 있어도

먹고 싶은 음식과 보고 싶은 영화가 다르고

습관도 달라서 한동안 자주 삐걱거리곤 했다.

적지 않은 세월 속에 이제는

어느 정도 간이 적절해진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충돌하는 것을 보면

간을 완벽하게 맞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간은 각각의 개성과 특성을 지켜주는 거리.

안개 같은 것이 끼어있어 잘 보이지 않는 거리.

고독의 거리. 숙명의 거리.

그대와 나 사이에 공명이 일어나는 거리.

그 소리 멀리멀리 퍼져나가

몸은 소멸되어도 어딘가에 있을 소리.

삐걱거리던 것도 언젠가는 그리워질 소리.

그렇지만 매일매일 간이 맞아야

지금 먹는 음식도 간이 맞아야

밥이 잘 넘어간다.

하루하루가 잘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