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노모는 아침마다 기도하신다. 동녘에 떠오르는 해를 찬미하며, 거룩하신 하느님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 하다가 아침 준비를 하는 딸에게 국이 쫄지 않는지 살펴보라고 한다. 기도하다가 딴 얘기를 하면 어떡해요, 하며 딸이 웃으니까, 이야기도 기도라고 하신다. 기도 중에 하는 이야기는 기도라는 것이다. 산길을 가면 일상의 얘기를 나누어도 몸은 산 기운에 젖어든다. 꽃밭에선 꽃향기에 빵집에선 빵 냄새에 젖는 것처럼 영원 속에 있는 우리는 영원에 젖어 있다. 머잖아 이별한다 해도 오랫동안 못 본다 해도 영원의 품 속에 있는 것이다. 하루살이 벌레나 오백년 묵은 고목도 눈물 방울과 잠깐의 미소도 다들 평등한 영원의 식구다. 찌지고 볶고 싸워도 영원의 식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