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친절하고, 위생적이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네 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심하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독된 ‘단골 마니아’를
줄줄이 확보하고 있는 집들이다. 오늘은 맛과, 조리법과, 세월의 최강자
네 곳을 소개한다.
행복한 가족의 신장개업
문정동 헬로우 커피 두 돌이 지난 개구쟁이 아들과 만삭의 아내, 커피를 뽑는 남편이 함께 있는 행복한 커피숍이 있다. 지하철 문정역 앞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커피숍 ‘헬로우 커피‘는 오픈한지 불과 3개월만에 동네 아주머니들의 명소가 되었다. 착한 가격, 구수한 이정기 커피, 갓 구워낸 미니스콘,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즉석에서 반죽해 구워 낸 팬케이크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규모의 카페들에서는 팬케이크 대신 와플을 선택한다. 팬케이크는
죽을 미리 해둘 수 없어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도우위에 생과일과 직접 만든 생크림을 켜켜이 쌓아 올린
이집의 팬케이크은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팬케이크과 스콘을
만드는 모든 재료는 유기농만 사용한다고 한다. 6개월 동안 준비하면서
남편은 커피를, 밝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아내가 맡아서 했다.
2009년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픈한 이곳은 말그대로 홈스위트홈.
커피만 주문해도 갓 구워낸 따끈한 미니스콘을 서비스로 주는 후한
인심에 헬로우 커피를 나서는 단골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스콘봉지가 들려있다.
info 메뉴 카페라떼 3500원, 스콘1봉지 3000원, 딸기팬케이크 5500원,
팬케이크브런치 7000원
영업시간 8:00~23:00 평일 / 11:00~23:00 주말,공휴일
주소 서울 송파구 문정동 55-6
찾아가는 길 8호선 문정역 2번출구 10미터
문의 02-406-4467
고소한 차돌박이가 입에서 사르르, 이태원 대표 고깃집
이태원 차돌집 다국적 레스토랑이 많은 이태원 부근에선 차돌박이 전문점이 오히려 이국적으로 보인다. 남산3호 터널을 빠져
나와 이태원 입구에 위치한 차돌집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면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다. 불편함을 감수
하고 가는 이유는 차돌박이 하나
때문이다. 붉은살과 하얀 지방층이
반반씩인 차돌박이는 얇게 썰어 숯불에 바로 구워 먹는다. 워낙 장사가 잘되어
약간 윗쪽에 2호점도 냈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메뉴도 친철하게 영어로
되어 있다.
기존의 고깃집과는 다르게 와인과 함께 고기를 즐기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
차돌박이나 갈매기살은 모두 호주산 청청우를 쓴다. 마무리는
해물된장국이나 냉면으로. 간장과 식초, 감초, 대파, 청양고추 등과
함께 버무려낸 양파 절임은 고기와 잘 어울리는 이 집의 전매특허다.
info 메뉴 차돌박이 1만5000원 생등심 1만8000원, 해물된장찌개 6000원
영업시간 11:30~23:00 평일 / 09:00~22:00 일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544
찾아가는 길 녹사평 3번 출구로 나와 길 건너 육교로 건너편에 위치
문의 02-790-0789
근처 회사원들의 구내식당
반포 토박이 ‘토박이’는 서울 토박이인 세자매가
의좋게 18년째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나의 20년’이란 곡으로
알려진 가수 장계현의 부인인 둘째가 식당을 열자고 제안했다. 세자매가
직접 빚어낸 만두로 만든 만두전골이 이 집의 대표메뉴라지만 점심백반
만큼은 버라이어티를 자랑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매일 드나드는
단골들 때문이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하다보니 웬만한
백반집보다 메뉴가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선보인 점심메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고추장두부찌개’ 다.
큰 대접에 넉넉히 담겨 나오는 ‘고추장두부찌게’는 국인지 찌게인지 모호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메뉴는 휴가지에서 생선통조림과 갖은 채소를 넣어 끓여
먹었던 즉석찌게의 기억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캠핑요리’다. 소고기,
감자, 호박, 양파를 넣고 오랫동안 푹 끓여내 걸죽하다. 그래도 명색이 찌게인데
즉석에서 끓여 보기좋게 담아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량으로 오래 끓이지
않으면 깊고 개운한 맛이 나지 않아서라고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는
토박이식당의 점심메뉴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info 메뉴 고추장두부찌개 7000원, 백반류 6000~7000원, 만두전골 4만원
영업시간 10:00~22:00
주소 서울 서초구 반포동 549-16
찾아가는 길 강남성모병원 건너편 조달청과 디지털도서관 사잇길
문의 02-532-4837
속을 풀어주는 든든한 사골칼국수
양재동 우면당 양재동과 과천 경계에 위치한 대규모 회사들 사이에 ‘우면당‘이라는 사골칼국수 집이 있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회사원들의 단체예약으로 언제나
만원이다. 덕분에 칼국수 한 끼
먹으려고
줄을 길게 서야만 한다.
이 특별한 칼국수의 비밀이 뭘까? 한참을 기다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둘러보니 홀의 반 이상은 단체를 위한 룸들로 공간을 할애하였다. 채광이
좋은 테라스에도 큰 테이블들이 놓여져 있어 단체 손님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사골 칼국수, 생각보다 초라한 비주얼에 일단 실망. 멀건 국물에 면과 다진 파,
엄지 손톱만한 고기 두 점이 전부다. 수저를 들고 몇 술 뜨자 초반에 실망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어진다.
시원한 사골 국물에 부드러운 면발이 술술 넘어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마른 고추를 불려 직접 갈아 넣어 숭덩숭덩 버무려 놓은 겉절이 김치는
면과 찰떡궁합이었다.
국물까지 후루룩 들이키고 나니 오후 내내 속이 든든하다.
주말에 하이브랜드, 이마트, 코스트코 쇼핑을 할 계획이 있다면 쇼핑 전
들려 볼 만한 맛집이다.
info 메뉴 사골칼국수, 만두국, 만두 6000원, 만두전골 2인 1만8000원
영업시간 11:30~22:00
주소 서울 서초구 양재동 218-1
찾아가는 길 하이브랜드와 코스트코 사잇길로 직진, 우측에 농협 맞은편 2층
문의 02-572-2922
매일경제 Citylife 제220호(10.03.30일자)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