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날때 정다운 사람과 한번 가보시죠^^
종로구 효자동 전통찻집 '차림' 한국의 멋과 맛 조화롭게 담아
강남구 신사동 와인바 '뱅가' 포도원에 온 듯 탁 트인 공간
광화문 빈티지 카페 '아모카' 따스한 나무·냉정한 철의 조화"
서울은 다른 도시들과 구별되는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특색을 살려 밀라노, 뉴욕과는 차별화된 세계 디자인 메카가 돼야 한다."
지난 24일 세계디자인도시(WD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크리스 웨인라이트 런던예술대학 학장은 '디자인 수도'로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때 낡고 오래된 것을 철거해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최고인 줄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삶이 터를 잡은 도시 문화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들은
디자인에서도 자연과 전통을 찾기 시작했다.
- ▲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식당‘개화옥’./디자인 하우스 제공
◆한옥의 단아한 세련미
외국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디로 데려가는 게 좋을까? 이럴 때 종로구 효자동
아름다운 북악산 자락 아래 전통 찻집 '차림(02-723-0300)'을 추천한다.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한국의 문화를 느끼고 시민이 쉬어갈 수 있도록
꾸몄다. 건물 1층에 있는 '차림'은 한국 전통의 멋과 맛을 조화롭게 담아내 마치 '차림상'을
받은 듯 편안함을 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가 평범한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L'자 모양이다.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대청 마루를 재현했고, 거기에 앉으면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청와대와 북악산 자락이 한눈에 보인다. 빛이 건물 안으로 잘 들어오도록 아이보리
계통의 바닥재를 사용했다. 벽면 조명은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인 디딤돌과
창살을 모티브로 했다. 디자이너 김욱선·최혁준씨 작품이다.
종로구 통의동 좁은 돌담길을 따라 들어가면 '류가헌(流歌軒·070-8114-2190)'
이라고 정갈하게 쓰인 문패가 나온다. 사진작가 이한구씨의 작업실이자
사진 갤러리다. '물 흐르듯이 노래한다'는 뜻을 지닌 공간답게 모든 것이
한적하고 차분하다. 105㎡(32평) 넓이 자그마한 한옥의 안방·건넛방·마루·부엌을
갤러리로 개조했고, 사랑방은 작업실로 꾸몄다. 기둥과 문, 서까래, 대청마루까지
한옥의 모습 그대로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 전시된 사진을 관람하고 나서
대청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안의 나무 위로는 가끔 새들이 앉아 지저귀기도 한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찾아간 외갓집은 한없이 편안하고 포근한 곳이었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식당 '개화옥(02-549-1459)'은 외갓집 같은 곳이다.
소나무가 있는 작은 마당에는 화초가 잘 가꾸어져 있다. 밖에서 보면 나무들이
무성하지만 내부는 지극히 단순하다. 꾸밈없는 인테리어 곳곳에는 김종학 화백과
김원숙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릇은 도예가 이윤신 선생의 작품이다.
김진화 이일이컴퍼니 디자인 실장은 "식전에 나오는 고구마와 옥수수, 찐 마늘이
맘에 든다"며 "외국 손님을 데려와 우리 문화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 광 화문 코리아나호텔 뒤편 C스퀘어 건물 1층에 있는 빈티지 카페‘아모카'./조선일보 DB
◆자연,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
강남구 청담동 주택가 사이에 '자유롭게 거닌다'는 장자의 소요(逍遙) 사상을 반영한 공간이 있다.
디자이너 이우진씨의 '이우진 어소시에이트 아틀리에(02-544-2016)'가 그곳이다.
'느리게 디자인하기'를 모토로 만든 이 공간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다. 자연을 따라 사는
'무위'가 디자인에 반영돼, 그 어느 것도 꾸밈이 없다. 노출 콘크리트로 구조를 만들었고,
구로 철판(가공되지 않은 철판)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씨는 "전형적인 예쁨보다는
규격화되지 않은 존재로서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꾸미지
않으면 지루한 법. 그것을 깨기 위해 창틀과 내부 재료는 모두 사선으로 배치했다.
천장에는 모빌 같은 조명을 달아 공간에 활력을 줬고, 계단 쪽에는 마디 없이 통처럼
생긴 아피통 나무를 사선으로 덧대 공간을 변주했다.
- ▲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와인바‘뱅가’./디자인 하우스 제공
광화문 한복판 코리아나호텔 뒷골목에 오래된 스타일의 빈티지 카페 '아모카(02-723-8882)'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카페 앞에는 집 마당처럼
푸른 잔디가 깔렸고, 높은 목재 파티션과 가로수가 잘 어우러진다. 카페로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으면 잘 열리지 않는다. 주인장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00년 넘은 빌라의 문을
직접 옮겨와 단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도 모두 오래된 초등학교나 사무실에서 가져온 것 같다.
콘크리트벽과 철골, 벽돌은 모두 노출됐다. 박진우 쥐엔피 크리에이티브 대표는
"목재의 따스함과 철판의 냉정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이 건물에는
예술영화 전문상영관(스폰지 하우스)과 요리학원, 인터뷰 갤러리, 이탈리아 레스토랑 등이
함께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다.
벽돌이 주는 푸근함, 물이 주는 아늑함, 나무가 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면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와인바 '뱅가(02-516-1761)'에 가보자. '뱅가'는 와인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뱅(Vin)'과 집 '가(家)'를 조합한 말로 '와인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높은 천장과 탁 트인 실내가 마치 포도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과
통로는 포도나무 사이의 통로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유이화 TM 건축사무소
대표의 작품으로, 2007년 강남구의 디자인 우수 공간으로 선정됐다.
유씨는 "벽면에 전시된 세계 와이너리 사진들은 와인을 향한 주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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