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슈토를 아십니까?
이탈리아 갔다 온지 꽤 되어 가는데 미적미적하다가 이제야 글을 씁니다. 작품 전시한 곳이 베니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정도 가면 우디네(Udine)란 거점 도시가 있습니다. 전시에 관한 것은 따로 쓰기로 하고 이 동네는 이탈리아 북동지역의 산업의 중심지로서 새롭게 번창하고 있는 곳입니다. 공업지대와 농업지대로 나눌 수 있는데 양쪽 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역입니다.
이 동네의 농산물로는 일단 와인을 들 수가 있는데 일반적인 레드 와인도 맛이 좋지만 화이트 와인이 특히 유명한 곳입니다. 이 와인과 곁들여 꼭 먹는 것이 있는데 프로슈토(Prosciutto ham)라고 하는 생햄입니다. 주로 돼지 앞다리와 뒷다리로 만드는데 소금과 기타 향신료에 절여 수분을 빼서 만드는데 건조해서 만드는데 약 1년 6 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스페인에서는 하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제조 방법은 대동소이합니다. 양쪽 다 먹어본 소감으로는 하몽이 조금 더 짭니다. 장기 발효된 프로슈토를 정육점에서 고기 얇게 쓰는 기계에 넣고 대패밥 같이 얇게 썰어서 먹습니다. 내 경우에는 원래 햄을 좋아하는지라 처음 먹어본 순간 그 맛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독일 햄은 약간 딱딱한 편입니다. 살라미 햄들은. 그러나 프로슈토는 간이 배인 부드러운 육회를 먹는데 지방질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만큼 담백하고 맛있습니다. 전시 기획한 이탈리아 큐레이터와 대낮에 하우스 와인을 2 병 마시면서 프로슈토를 처음 먹는데 그 부드럽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한 맛이었습니다. 거기에 파스타의 고장인 이탈리아에서 프로슈토가 접시의 가장자리를 뺑 돌려놓고 그 가운데 소금 간만한 파스타가 놓여나왔을 때 파스타와 프로슈토를 함께 말아 먹을 때의 담백한 맛이란 거의 환상입니다.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꼭 마셔야 된다고 강력추천(거의 강권)한 그라파(grappa)란 증류주를 2 잔 마시니까 속이 타 들어가는데 무지하게 독합니다. 도수는 40도 정도 되는데 와인 만들고 남은 재료를 증류시켜 만든 희석주라 빼갈 마시는 것만큼 독한 술입니다. 걔들 말로는 위벽이 답답할 때 한 잔 마시면 속이 쑤욱 내려간다고 하네요.
딱딱한 이탈리라 빵과 같이 먹어도 꽤 맛있습니다. 호텔에서 아침 먹을 때 치즈나 살라미햄 보다는 프로슈토가 먹기 편하고 부드럽게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사올까도 생각했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관계로 사오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현지에 갈 기회가 있거나 먹을 찬스가 주어진다면 더 할 나위 없는 작은 행복을 맛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2007.5.25
